16th Busan Internatianal Dance Festival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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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부산국제무용제 “생명을 깨우는 감동의 3일” (무용월간지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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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650회 작성일 20-07-1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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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 부산국제무용제 생명을 깨우는 감동의 3

 

2015. 6. 26 동아대학교 교수/장정윤


국내 대부분의 무용축제들이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찾거나 이색적인 감각의 만족을 추구하는 일에 거의 동일하게 관심을 드러내는 것 같다.

부산국제무용제는 휴양지의 잔잔한 감동으로서 외국 관광객과 부산시민들의 감성을 사로잡는 매력과 함께 고유한 장소성을 내세워 왔다.

바다 해변은 무용이 시작되는 순간 일상을 넘어 세속과는 다른 신비하고 황홀한 공간이 된다. 특설무대의 배경은 예전과 다르게 새하얀 모래밭 위의 검은 바다가 이중 풍경으로 배경막이 되어주었다. 관객을 살펴보니 단지 지치고 힘든 삶을 위로하기 위해 춤 장면에 마음을 기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었고

 두 시간이 넘도록 숨죽여 몰입하는 그들의 진지한 태도야말로 축제존재의 버팀목이 될 수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그래서 더욱 행사에 허구적이고 대중적 눈속임은 없었는지

또는 삶과 축제를 왜곡시켜 포장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세계인의 몸짓, 부산이 춤춘다.’는 축제의 주제는 세계의 춤과 세계인이 부산에 모여 몸짓으로 소통하고 한 울타리의 공동체를 이루자는 뜻이다. 그리고 춤으로 가벼움과 자유, 호기로운 정신으로 세계의 꿈을 찾자는 뜻이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열기와 감각적 풍부함을 지향하는데서 더 나아가 모두가 원하고 공유하는 희망과 미래를 꿈꾸기 위한 부산으로 세계 무용의 활력을 모으려는 것이다.

올해 확장된 공간 활용을 위해 입체구조물과 무대세트의 동적인 시각적 무대공간을 확보하고 무대연출이 가미된 작품들로서 색다른 미감을 일으키기에 초점을 두었다.

국외 작품들은 소통의 동기와 방식에서 풍부한 상상력과 재치를 발휘했고 주로 인간적 관계와 소통의 절실함에 주목하였다.

메르스 여파로 실내공연, 워크숍, 시민과 함께하는 춤마당이 취소되었으나 612일부터 3일간 해운대해수욕장 야외무대에서 개막식과 공식초청공연, 부대행사들과 폐막식이 진행됐고 매일 공연마다 약 600명 정도의 관객이 야외에 자리했다.

국내 초청팀으로는 신은주무용단, 댄스시어터 창, 조윤라발레단, 블루댄스시어터, 깅용철-섶무용단, 현대무용단 자유 등이 비쥬얼 쇼크크루, 스텝아트컴퍼니 등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국외 단체별 작품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탈리아 Oniin Dance Company<Phone>는 음색보다는 리듬감 있는 음원을 가지고 전개된다.

근육의 섬세한 미감과 원초적 욕구의 표현력이 충격적인 단체인데 해무로 인해 충만된 기술을 발휘하지 못하여 아쉬움을 남겼다. 자신들의 숨쉬기와 은은한 박동소리를

들으면서 선회하는 무용, 흥분되는 자유로운 무용을 만끽하게 하였다. 일본 Cloud Nine-Yoko Koike Project<Reflected Image>빛이 물체를 통과함으로써 보이는

색과 빛이 물체에 부딪혀 반사된 결과 보이는 색의 이중성을 생각하면서 이미지의 근원이 갖는 모호한 성격을 고민하는 작품인데, 안무자를 포함한 5명의 여성 무용수가 끊어짐이 없는 탄탄한 지구력으로 작품의 구조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그 함의를 읽을 수 있게 하였다. 중국 苏州芭蕾舞团(쉬조우발레단)<西施-미인의 전설-중에서 2인무>

고대중국의 절세미녀에 관한 실제 이야기를 사랑과 증오, 갈등의 서사시로 재현한 창작 전막발레<西施>에서 발췌되었다. 안무자의 치밀한 구성력은 쇼스타코비치의

서정적 음악이 함께 어우러짐으로 해서 서양적인 발레형태와 동양의 정서가 서로 스며들 수 있게 하였다. 여자무용수의 감정 톤의 변화를 세심히 다룬 측면이 작품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돋보였다. 체코 Prague Chamber Ballet<Black Mirror>는 블라디미르 호덱의 모더니즘 회화작품, <검은 거울>에서 모티프를 얻어 세상의 비밀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무용이다. ‘검은 거울을 다각적으로 프로젝트하고 디자인한 영상이 이 작품에서는 중심에 위치하면서 춤과 그림의 꼴라쥬를 이어준다는 것이 당초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실내공연이 취소되고 야외공연으로 변경됨으로써 영상프로젝트와 무대세트를 모두 포기해야만 했다. 동작만으로는 작품에서 의도하는 효과를 낼 수 없었으나

추상적 그림과 무용의 관련성이 집요하게 표현된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었다. 무용수들이 각각의 신체중심을 이동시키면서 동작을 나열하는 구조는 발레의 제한된 관습적인

패턴을 넘어서 변화를 시도한 흔적으로 보였다. 또 다른 작품, <Guess how many stars are there>(얼마나 많은 별이 있을까?)는 한 사람의 영혼 속에 깃든 수많은 반짝이는

별들을 찾아가면서 인간을 이해해가는 과정을 자유와 영적인 힘으로서 풀어나간 컨템포러리 발레이다. 역동의 큰 변화 없이 흐름이 평탄한 리듬,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의

다양한 패턴 등이 무대중심의 외곽을 돌며 일어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싱가포르 T.H.E Dance Company<Organized Chaos>는 예술감독 Swee Boon Kuik

상임안무자 김재덕의 공동안무작이다. 이들은 인간의 행동을 규제하는 논리나 이성, 규범에 대해 비판한다. 점점 증폭되는 숫자세기가 제로를 외우는 순간 소리와 움직임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혼돈의 정적과 함께 이어지는 역동적인 신체기술과 동선은 최고도에 이른다. 제한된 동작을 반복하는 구성형식은 무대 곳곳에 설치된 마이크,

큰 음성으로 숫자세기, 몸으로 내는 소리, 입에 문 하모니카 연주 등의 다채로운 매체의 활용과 함께 작품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프랑스 Entre en Scene Association<Flag>는 퍼포먼스와 현대적 기법이 섞여있다. 여기 등장하는 세 명의 무용수들은 도시적 행위에 각각 뛰어난 재주와 힘을 가지고 있다.

각기 떨어져 있지만 동일한 목적을 향하고 서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새로운 가족이 되고 지리적인 국경을 폐기하려고 한다. 곡예 동작과 자전거로 하는 묘기, 힙합 등 신체기술이 빼어나지만 무용수들의 나약한 듯한 감성은 보는 사람의 연민을 일으킬 정도였다. <사계>음악이 중심이 되어 무용을 통일시켜 진행되는 사이로 자유로운 리듬이 들어와 전환을 이룬다. 셋이서 공유하는 힘은 거의 없어보여도 상호작용에 대한 의식이 매순간 살아있다. 떨어져 있지만 각각 개성이 아닌 공동체감을 내세운다. 무엇보다도 당시의 주변환경을 자신들의 무대공간으로 최적화시켜 연기하는 수준이 높아서 관객의 시선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는 기세를 엿볼 수 있었다.

핀란드 Compania Kaari & Roni Martin<La Femme Rouge>(붉은 색의 여인)은 플라맹고 리듬이 중심이 된 예측불가능한 삶에 대한 진혼곡의 춤처럼 보였다.

그런가하면 남성무용수의 전형적인 플라맹고 동작과 리듬에 대비시켜서 불합리와 고난에 분개하는 여인의 통곡과 열정을 현대적 움직임으로 풀어갔다.

스페인 EA&AE entomo<Entomo>는 곤충과 인간이 함께하는 세계를 그린 작품이다. 곤충 특유의 몸짓을 해석해내는 동작의 테크닉을 어떤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틀에 얽매이지 않은 urban dance 즉 거리의 춤 형태와 현대무용의 만남이라고 안무자들은 언급하고 있고 몸의 부분들을 작게 나누어 섬세하게 다루는 기술은 오랜 단련에

의한 것으로 보였다. 생태적인 또는 자연친화적인 작품으로 볼 수 있으며 곤충의 세계와 인간과의 관계의 단면을 다각적으로 묘사하였. 이스라엘 Yossi Berg & Oded Graf Dance Theatre<Most of the day I’m out>은 두 남자의 빠른 대화를 다룬 작품으로 이스라엘의 정서와 문화를 음악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움직임이나 동작은 의도적으로 축소되고

손짓과 마주 잡은 손의 교감만으로 두 사람은 낡은 습관에서 해방되어 환상의 세계로의 탈출을 꿈꾸며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듯 보였다. 유머감이 넘치는 재스츄어로

두 남자무용수의 느슨함과 긴장감이 균형을 이룬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인도 Ananda Dance Company<Panchatantra>(동화 속 거북이와 학춤) 전통 민속춤의 반복적 패턴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하여 역동적이면서도 인도의 미감이 살아있도록 하였다. 음악과 무대미술 그리고 의상이 춤의 일부가 되어 우정과 용기, 재치가 넘치고 바보스러움,

 속임수와 리더쉽 등에 대한 우화를 묘사하는 듯하였다. 여성무용수 10명의 단결된 힘의 역할이 작품에서 크게 느껴졌다. 이상의 국외 작품들은 인간, 사회, 그리고 국가 간의

갈등과 관계를 다루기도 하고 빛, 소리 신체기술 등 추상적 소재와 자연적 또는 내재적인 매체에 심층적으로 접근한 것 등으로 크게 분류해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부대행사로서 춤아카데미, 열린춤무대, AK21국제안무가육성공연 등은 지속적으로 개최되면서 그 수준과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하였다.

 





이 글은 무용월간지 <>(2015)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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